크루즈 여행은 흔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로얄 캐리비안은 셀러브리티나 프린세스 같은 다른 중고급 선사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요금 자체가 높은 데다, 창문이나 발코니가 있는 객실로 올라갈수록 가격은 훨씬 더 오른다. 그런데 이번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건, 크루즈 요금은 생각보다 훨씬 유동적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일정, 같은 방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예약하느냐에 따라 적게는 수백 달러, 많게는 천 달러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우리는 약 6개월 전, 때마침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이 진행 중일 때 로얄 캐리비안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플랫폼과 여행사의 견적을 꼼꼼히 비교해봤고, 최종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조건이라고 판단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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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 vs. 예약 플랫폼
크루즈를 예약할 때 선택지는 꽤 많다. 로얄 캐리비안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크루즈플럼(CruisePlum), 아이크루즈(iCruise), 그리고 여러 여행사 견적을 비교할 수 있는 크루즈컴피트(CruiseCompete) 같은 플랫폼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그 중 크루즈컴피트를 통해 여러 여행사로부터 견적을 받아보는 방식으로 가격 비교를 시작했다.
크루즈컴피트는 내가 원하는 일정과 노선을 입력하면, 여러 여행사(또는 독립 트래블 에이전트)들이 견적과 혜택을 보내주는 구조다. 받아본 견적들에는 대부분 온보드 크레딧(OBC), 와인 제공, 방 업그레이드, 선상 식사 초대 등 여러 부가 혜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조건은 모두 괜찮았지만 결국엔 총 결제 금액이 핵심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와 비교해보니, 우리가 예약했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공식 할인 가격은 아무리 좋은 혜택을 붙여도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특히 발코니룸 가격 자체가 워낙 많이 할인돼 있었고, 우리는 온보드 크레딧보다는 예산 절감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문제였던 건 결제 통화 문제였다. 우리는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 달러(CAD) 기준 견적을 원했지만, 대부분의 에이전트가 미국 달러(USD) 기준으로 금액을 보내왔다. 일부는 자동응답처럼 단순한 복붙 견적이었고, 몇몇 캐나다 기반 여행사는 캐나다 달러로 견적을 제공하긴 했지만, 선사 공식 프로모션보다 가격이 높거나 조건이 애매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저렴하게 예약을 확정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견적을 비교했고, 결과적으로 로얄 캐리비안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TIP! 크루즈 컴피트는 다양한 견적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반드시 최저가는 아니다.
- 온보드 크레딧, 와인,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 실 결제 금액을 줄이는 게 우선인 경우엔 공식 사이트 프로모션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예약 시기, 언제가 가장 저렴할까?
크루즈는 상시 할인 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늘 무언가 세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이 최저가다'라고 느껴질 만큼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순간은 많지 않다. 우리가 크루즈를 예약한 시점은 탑승 약 6개월 전, 마침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이 한창일 때였다. 로얄 캐리비안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던 세일이었고, 객실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적용된 대형 할인 이벤트였다. 실제로 발코니룸 가격이 우리가 봤던 그 어떤 플랫폼보다도 낮게 형성돼 있었고,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이 가격으로는 못 잡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가격은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예약 후 몇 주가 지나자 내부룸의 가격이 우리가 예약한 발코니룸 가격과 비슷해졌고, 출항을 약 1주일 앞둔 지금은 내부룸부터 스위트까지 모든 객실이 매진 상태다. 그리고 남은 객실이 있더라도, 우리가 예약한 시점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특히 여름 시즌의 지중해 노선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는 코스는 조기 매진도 빠르고, 가격도 거침없이 오르는 편이라 언제 예약하느냐가 여행의 예산과 만족도를 거의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타이밍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크루즈크리틱(CruiseCritic)이라는 커뮤니티였다. 전 세계 크루즈 마니아들이 모여 활동하는 포럼인데, 다양한 크루즈 후기는 물론이고 과거 할인 정보와 시즌별 가격 흐름에 대한 글들이 풍부하다. “작년엔 블랙프라이데이보다 1주 전에 얼리딜이 떴다” 같은 실전형 정보들도 많이 공유된다. 실제로 크루즈 예약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한두 시간만 정독해도 어떤 시점에 어떤 조건으로 예약하는 게 좋을지 감이 온다.
우리가 느낀 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 블랙프라이데이·박싱데이 같은 대형 할인 시즌을 노려라: 일반적인 세일과는 달리 객실 전반에 가격 자체를 내리는 시기라 총결제 금액이 가장 유리하다.
- 인기 노선은 최소 6개월 전에는 예약할 것: 특히 여름 시즌 유럽 크루즈는 늦게 잡을수록 선택지는 줄고, 가격은 올라간다.
- 일정이 유동적인 경우에는 땡처리 특가(Last Minute Deals)도 고려: 크루즈플럼(CruisePlum) 같은 사이트를 통해 출항 1~2주 전 남은 객실을 특가에 잡는 방법도 있지만, 신혼여행처럼 일정이 정해진 여행에는 다소 리스크가 있다.
💡TIP! 크루즈크리틱의 과거 프로모션 후기나 커뮤니티 토론글을 참고하면 다음 시즌 타이밍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객실은 어떻게 정했을까?
객실 선택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신혼여행이라는 성격상, 처음부터 발코니룸으로 결정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초반엔 결혼식을 생략하고 크루즈 발코니에서 둘이 조용히 일롭먼트 웨딩을 하자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우리에게 발코니는 단순한 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신혼여행에서만큼은 발코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우리는 석양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간단한 식사나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런 이유로 내부룸이나 오션뷰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발코니가 필요하다는 점은 처음부터 확실했다.
예약 시기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이었던 덕분에 가격도 잘 맞았다. 할인폭이 꽤 커서 발코니룸을 무리 없이 선택할 수 있었고, 몇 주 후 내부룸의 가격이 우리가 예약한 발코니 가격과 거의 같아지는 걸 보면서 예약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TIP! 발코니룸은 단지 ‘더 좋은 객실'이 아니라, 어떻게 여행을 보내고 싶은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거나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한 경우라면, 세일 시기를 잘 활용해 발코니나 스위트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
발코니룸 위치는 랜덤 배정으로
객실을 고를 때 우리는 발코니 ‘어디'에 위치하느냐보다, 발코니 그 자체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위치는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 로얄 캐리비안은 발코니룸 예약 시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하는데, 하나는 객실 번호를 직접 골을 수 있는 일반 발코니(Select), 다른 하나는 선사 측에서 자동으로 배정해주는 GTY(Guarantee) 옵션이다. 우리가 예약한 시점에는 두 옵션 사이의 가격 차이가 약 200~300달러 정도였고, 그 정도 차이라면 차라리 식사 한 번 더 여유롭게 하자는 생각에 그냥 GTY를 선택했다.
결정을 내리기 전, 여러 후기를 찾아봤다. ‘운이 안 좋으면 시야를 약간 가리는 Obstructed View에 배정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랜덤 배정인데도 좋은 위치의 방을 받았다', ‘생각보다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큰 불만 없이 여행을 마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한 가지 불안 요소는 있었다.
그건 바로 오버부킹(Bumping) 이라는 말. 항공권에서 흔히 듣는 이 개념이 크루즈에도 적용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후기 중에는 체크인까지 마쳤는데 방을 배정받지 못하고 결국 탑승이 거절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도 크루즈 탑승일 기준 약 두 달 전 체크인을 완료했지만, 예약 확인 페이지에는 여전히 객실 번호 대신 ‘GTY'만 표시돼 있었다.
그래서 신랑이 로얄 캐리비안 측에 신혼여행임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다.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지만, 메일을 보낸 날 오후에 바로 ‘객실이 배정됐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 수도 있고, 신혼여행이라는 점이 반영된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객실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
💡 TIP! GTY 옵션은 저렴한 대신, 오버부킹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체크인은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신혼여행이나 기념일처럼 중요한 여행이라면 미리 사유를 전달해두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그 이후에 우리가 준비한 것들
객실을 예약하고 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진짜 크루즈 준비는 그 다음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는 신혼여행인 만큼 조금 더 특별하고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서, 하나씩 천천히 준비해나갔다.
미리 완료한 사전 예약
- 로얄 캐리비안 앱 설치 & 체크인 완료 – 여권, 탑승 시간, 건강 설문 등 모든 정보 입력 완료.
- 기항지 익스커션 예약 – 산토리니는 선내 익스커션, 에페소는 외부 투어, 미코노스와 나폴리는 자유일정으로 구성 완료.
- 선상 레스토랑 예약 –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솔라리움 비스트로(Solarium Bistro) 저녁 타임으로 사전 예약 완료.
- 쇼 예약 – 로얄 캐리비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 중 하나인 The Book도 탑승 전 미리 예약을 마쳤다.
크루즈 전용 준비물
크루즈는 숙소도, 교통도, 식사도 모두 한 배 안에서 해결되는 구조지만, 그만큼 선실 공간이 제한적이고 특수한 환경이라 필요한 준비물도 꽤 다르다. 우리는 신혼여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금 더 여유롭고 쾌적하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아래의 것들을 미리 준비했다.
- Seapass 카드 & 수하물 태그 방수 홀더 – 탑승 카드, 캐리어 식별용으로 필수
- 문 꾸미기용 자석 그림 – 각기 비슷한 방들 속에서 우리 방을 쉽게 찾기 위한 장식
- 멀티 어댑터 (USB 포함) – 콘센트 수가 적기 때문에 필수
- 자석 후크 – 선실 벽이 금속이라 다양한 소지품을 걸어두기에 유용
- 여행용 휴대 옷걸이 – 드레스, 셔츠를 구김 없이 보관
- 모자 & 수영복 – 야외 풀, 데크 이용을 위한 기본 아이템
- 텀블러 – 커피, 차, 물을 선상에서 편하게 마시기 위해
- 기항지 투어용 접이식 가방 – 간단한 짐이나 쇼핑 아이템을 담기에 딱
💡 TIP! 선실이 작고 수납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아이템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자석 후크와 멀티 어댑터는 크루즈 후기에서도 가장 많이 추천되는 필수템!
마치며
이번 크루즈 예약은 생각보다 훨씬 선택의 연속이었다. 크루즈 요금은 고정된 게 아니라 시기와 플랫폼, 객실 옵션에 따라 크게 달라졌고,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하나씩 고민하며 결정해나갔다.
처음엔 막연하게 느껴졌던 ‘크루즈 신혼여행'이라는 계획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시기와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고, 크루즈컴피트 같은 플랫폼과 공식 홈페이지의 조건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기준을 세워가게 됐다. 객실 위치가 GTY로 떠서 약간 걱정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객실 번호가 일찍 배정되었고, 준비물과 사전 예약도 계획적으로 하나씩 마무리해가며 조금씩 여행의 실감이 더해졌다.
아직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느낀 건 크루즈 여행은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로마와 피렌체 일정 계획에 이어 기항지 일정 구성까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각 도시마다 어떤 익스커션을 선택했고, 어디는 자유일정으로 진행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실제 동선을 어떻게 짰는지까지 자세히 정리해볼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