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계획보다는 흐름을 따라가는 걸 더 선호하는 파워 P인 우리도 비교적 여유 있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짐도 미리미리 챙길 수 있었다.
만약 결혼식 다음 날 바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면? 진심으로 지옥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편이랑 몇 번이나 주고받았다. 다행히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훨씬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행 준비물 리스트! 그냥 흔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우리의 일정과 여행 스타일을 반영해서 ‘맞춤형 카테고리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은, 우리처럼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리해보는 하나의 기록이다.
내가 실제로 정리한 준비물은 훨씬 더 세세하지만, 이 글에서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핵심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누군가 이 리스트를 참고해서 여행 준비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 있을 것 같다.
오늘 알아볼 내용
무엇을 준비했을까?
처음엔 막막했지만,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하나씩 정리하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짐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우리의 일정과 스타일에 맞춰 준비한 것들이라 조금 디테일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구성이라 공유해보려 한다.
1 여권 & 서류
가장 먼저 챙긴 건 당연히 여권. 여권 사본은 출력해서 따로 보관하고, 항공권, 호텔 예약 바우처, 기차표, 투어 예약 확인서 등은 전부 PDF로 저장해서 아이클라우드에 올려뒀다. 그리고 혹시라도 데이터가 안 터지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클라우드 외에 구글 드라이브에도 이중 저장해두고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설정해두었다.
도시별로 구글맵에 맛집과 명소를 저장하고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로마, 피렌체, 산토리니, 미코노스, 쿠사다시, 나폴리까지 전부 정리해두었고, 유튜브에서 관련 가이드 영상도 미리 다운로드해두었다. 이 작업을 해두고나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비상 연락처 준비. 우리가 머무를 숙소와 탑승할 크루즈, 그리고 응급 상황에서 연락해야 할 사람의 연락처를 모두 영문으로 정리해서 여권 안쪽에 붙여두었다.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두면 마음이 놓인다.
2 금융
우리는 유로만 소액 환전하고, 나머지는 전부 카드로 해결할 계획이다. 캐나다에서 아멕스를 주로 사용하지만, 유럽에서는 아멕스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도 함께 준비했다. 카드 종류를 서로 다르게 나눠 챙기니 혹시 모를 분실이나 결제 오류에도 대비가 된다.
3 통신 & 디지털
유럽 여행자에게는 eSIM이 정말 유용하다. 다만 우리는 유심 가격이 더 저렴했던 탓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아마존에서 미리 구입한 유심을 사용하고, 지원 국가에서 제외된 터키에서만 에어알로(Airalo) eSIM을 이용했다. 설치는 간단했고, 속도도 꽤 만족스러웠다. 특히 에어알로는 첫 가입 시 1GB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어서, 나와 남편 모두 계정을 만들어 터키에서는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전자기기는 종류가 많아서 전용 파우치에 정리했다. 애플워치, 아이폰, 태블릿 충전기, 보조 배터리, 어댑터, HDMI 케이블, 이어폰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포인트 – 크루즈에서는 멀티탭이 금지다. 가져가도 짐 검사 중 뺏기는 대표적인 물건 중 하나다. 대신 핸드폰 충전용 어댑터는 괜찮다고 해서 유럽 전압(220~240V)에 맞는 C/F 타입 어댑터를 별도로 챙겼다.
4 의류 & 액세서리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옷 몇 벌을 챙길까?'보다는 하루하루 어떤 코디를 할지 먼저 계획한 뒤, 그에 맞춰 옷을 정리했다. 전체적으로는 원피스를 중심으로 구성했는데, 상하의 세트를 따로 챙기는 것보다 훨씬 부피도 줄고 스타일링도 간편해서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여행할 시기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얇은 가디건도 함께 챙겼고, 상황에 맞는 복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크루즈 포멀 나이트용 드레스와 구두, 클러치, 샌들, 악세사리까지 정찬에 어울리는 구성을 따로 준비했고, 수영복도 하나 챙겼다. 수영을 하지는 않지만, 핫터브를 이용하려면 수영복이 필수라서 잊지 않고 넣었다. 그리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복 한 벌, 그리고 기항지의 강한 햇빛을 대비하기 위해 선크림을 넉넉히 준비하고, 끈이 달린 챙 넓은 모자도 함께 챙겨 넣었다.
전체적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가볍고 효율적인 짐 구성이 되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5 위생 & 건강
처음엔 샴푸, 린스, 바디워시는 구딩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호텔이나 크루즈에서 기본 어메니티를 제공하니까 굳이 짐을 늘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하지만 크루즈 탑승 경험자들 후기를 읽다 보니, 로얄캐리비안에서 제공하는 샴푸나 바디워시의 품질이 별로라는 얘기가 많았고, 실제로 로얄캐리비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개인용 제품을 따로 챙기는 걸 추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샘플 사이즈로 샴푸, 린스, 바디워시를 준비했고, 그 외에도 클렌징, 토너, 로션 등 평소 사용하던 제품 위주로 꼭 필요한 것만 챙겼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휴대용 빨랫줄, 세탁용 옷걸이, 일회용 세제도 함께 챙겨뒀다. 여행 중 옷이 예상보다 금방 더러워지거나 땀이 나는 날엔, 간단하게 손세탁할 수 있으면 정말 편하다고 한다.
약은 연고, 밴드, 진통제 정도만 간단히 준비했고, 소화제나 멀미약은 체질상 필요 없어서 생략했다. 여행지에서 갑자기 약국을 찾기 어렵거나, 언어 문제로 설명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자주 쓰는 기본 약은 챙겨두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안전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소매치기였다. 특히 로마나 피렌체, 나폴리 같은 대도시는 인파가 많고 관광객을 노리는 소매치기가 빈번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짐 싸기 초기부터 ‘안전용품'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신중하게 준비했다.
우선 세이프티백을 하나 마련했다. 도난 방지 지퍼 구조로 되어 있고 몸 앞쪽에 메기 좋아서, 시차나 복잡한 관광지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가방용 자물쇠 고리도 몇 개 더 챙겨서 기차나 크루즈 안에서 짐을 잠깐이라도 놓아둘 떄 유용하게 쓸 예정이다.
그리고 또 신경 쓴 건 스마트폰 스트랩이었다. 유럽에서는 스마트폰만 낚아채가는 케이스도 꽤 흔하다고 해서, 줄이 달린 전용 케이스를 구입하고 가방에 고정할 수 있게 해두었다. 여행 중엔 늘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하거나 사진을 찍기 때문에 손에서 놓는 순간이 많은데, 스트랩 하나로 심리적인 안정감이 훨씬 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큰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준비들이 여행 중 불안감을 꽤 줄여주는 느낌이 들어서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행 중엔 무엇보다 마음 편한 게 제일이니까.
7 크루즈 전용 아이템
크루즈 여행은 처음이라 여러 후기들을 참고해서 준비했다. 자석 후크, 자석형 문장식, 씨패드 카드 홀더, 캐리어 태그 홀더 등. 선실 벽이 자석이라 자석 후크로 수건, 가방, 모자 등을 걸면 편리하다고 해서 챙겼다.
우리 부부는 무엇이든 다 잘먹지만 그래도 한국 음식이 그리워질 걸 대비해 컵라면, 고추참치, 보리차 티백, 나무젓가락도 챙겼다. 그리고 크루즈에 반입 가능한 와인 1병과 음료수 12캔은 로마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텀블러도 하나 챙겼는데, 크루즈 안에서 음료를 담아 이동할 때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7 기타 편의용품
휴대용 저울, 소형 가위, 물티슈, 동전지갑, 접을 수 있는 쇼핑백, 슬리퍼 등을 챙겼다. 있어야 할 것 같지는 않아도 막상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라 결국 다 챙겼다. 특히 저울은 여행 후 늘어난 짐 무게를 측정할 때 유용할 것 같아서 넣었다.
마치며
짐을 정리하면서 새삼 여행이 정말 코앞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게 많지만, 이렇게 카테고리별로 나눠 하나하나 준비하니 훨씬 수월했고, 빠뜨린 게 있는지도 금방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이제 거의 준비가 끝났고, 남은 건 잘 다녀오는 일뿐. 신혼여행이라는 말이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한 달 넘게 열심히 준비한 만큼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